중국의 텅스텐 수출 통제,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망을 통째로 흔들다

일본 WF₆ 업체 2곳 생산 영구 중단, 가격은 1년 새 200% 이상 폭등

 

반도체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인 텅스텐을 둘러싸고 미국·일본·한국·북한이 얽힌 복잡한 공급망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대부분을 쥔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그 여파가 AI 반도체 소재부터 군수 산업까지 광범위하게 번지는 양상입니다.

 

반도체 공정의 숨은 핵심 재료, 텅스텐

텅스텐은 고온에서도 형태가 유지되는 극도로 단단한 금속으로, 반도체 배선과 전극 형성에 쓰입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D 낸드플래시 공정에는 육불화텅스텐(WF₆)이라는 가스 형태의 소재가 필수입니다. WF₆는 웨이퍼 표면에 텅스텐 박막을 균일하게 입히는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에 사용되며, 이를 대체할 소재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습니다.

 

일본 WF₆ 업체 2곳, 생산 영구 중단

글로벌 WF₆ 공급량의 약 25%를 담당해 온 일본 기업 칸토덴카와 센트럴글래스가 올해 7월 1일부터 생산을 영구 중단합니다. 두 회사 모두 WF₆의 원료인 텅스텐을 중국에서 공급받아왔는데, 중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원료 조달 자체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WF₆ 가격은 전년 대비 200% 이상 수직 상승했습니다.

 

중국, 2~4월 대일 텅스텐 수출 ‘제로’

중국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텅스텐 카바이드, 텅스텐 분말 등 텅스텐 금속 제품의 일본 수출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텅스텐이 ‘이중 용도 물질’로 분류되면서 일본도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대체 조달처를 찾지 못해 생산 라인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북한은 반사이익, 대중 수출 13배 급증

흥미롭게도 이 공급망 공백을 메우는 곳 중 하나가 북한입니다. 미국의소리(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텅스텐 정광은 약 7,517만 달러(약 1,033t)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금액으로는 9배, 물량으로는 13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텅스텐 정광은 이 기간 가발·인조 속눈썹을 제치고 북한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 1위에 올랐습니다.

 

미국은 군수 우려, 한국은 기회 모색

미국에서는 군수 공급망 붕괴 우려가 나옵니다. 텅스텐은 미사일 관통자 등 정밀 군수품의 핵심 소재인데, 중국이 미국산 폐텅스텐(스크랩)까지 웃돈을 주고 사들이면서 미국 내 비축분이 줄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반면 한국의 후성·SK스페셜티 등 WF₆ 생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일본 업체 이탈로 생긴 공급 공백을 채울 기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도 키르기스스탄과의 협력을 통해 텅스텐·안티몬 등 핵심광물 공동 개발을 논의 중입니다.

 

마무리

텅스텐 사태는 단순한 원자재 가격 문제가 아닙니다. 반도체 소재라는 첨단 산업의 병목 지점을 자원 생산국이 외교·무역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WF₆ 공급량의 25%를 단번에 잃게 된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에 원료를 의존하는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 공백을 실제로 채울 수 있을지, 그리고 각국이 텅스텐 대체 조달처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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